#직장인의 여행 계획은 대부분 광기에서 시작되…나?

올해 1~2월 무렵의 나는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작년 10월 한 팔에 반 깁스를 한 상태로 야근을 밥 먹듯이 했었고, 이후 12월부터 또 야근을 미친 듯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. 12월부터 1월까지 아무리 꼽아봐도 정시 퇴근한 날이 다섯 손가락을 넘어가지 않을 정도였다. 오죽하면 긴 야근 퍼레이드 끝에 딱 하루 정시 퇴근했던 날 모두에게 축하를 받으며 퇴근이란 걸 했다. 인류…, 아직 따뜻하네…

새벽에 회사 셔터를 내리고 불 꺼진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택시를 타는 일에 익숙해졌다. 나 같은 겁보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회사가 그걸 가능하게 했다. 그쯤 되면 이성이 제 기능을 하지 않는 것 같다. 회사 사무실에 어떤 흉귀가 있더라도 이릉노조가 더 세지…! 이딴 망발을 하며 곡진진정을 몇 시간씩 반복 재생하다 보면 인간이 제정신일 수가 없다.

반복되는 야근과 밀려드는 업무는 직장인을 극단적으로 만들어요.

뭐라도 해야 한단 마음으로 쉴 수 있는 날짜를 계산하고 또 계산해서 7박 8일 도쿄 여행 일정을 잡았다. 그때까지만 해도 퇴사할 계획 따윈 없었다. 사직서는 내 가슴 속에 에브리데이 언제나 메이이티엔 함께 하고 있지만? 실질적으로 그걸 갖다 내미는 건 좀 다른 문제니까. 그렇게 어렵사리 이것저것 다 따져서 겨우 잡은 날짜는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일본의 골든 위크였다 오…

대박 비극.

이미 늦었다. 비행기표든 숙소든 전부 결제가 끝난 뒤였다. 돌이킬 수 있는 게 없다면 억지로라도 전진해야 한다. 일단 가보자고.

이랬는데 4월에 느닷없이 퇴사를 저지르게 된다. 인생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고 이쯤 되면 내 인생이 하나의 업보 같다. 누가 그랬지 인생은 잘못 끓인 라면 같은 거라고…내가 했네 이런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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뜻하지 않은 퇴사를 앞두고 있다 보니 정줄이 날아갔다. (그전에도 이미 없긴 했음) 나 5월에 제주도 가고 싶어! 이런 뜬금없는 충동으로 5월에 제주도 갈 사람~! 을 외쳤는데 이미 5월 제주팟이 생성되어 있었다. 그럼 뭘 어째 거기 합류해야지…합류 끝.